안녕하세요!
오늘은 많은 분들이 수술에 대해 가지는 궁금증, "수술(surgery) 중에 왜 온통 피바다가 되지 않을까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수술 장면이 꽤나 자극적으로 묘사되곤 하는데요.
온통 붉은 피로 가득 찬 수술실, 피를 닦아내는 의료진의 분주한 손길...
이런 장면들을 보면 수술은 마치 엄청난 출혈을 동반하는 위험한 과정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수술 현장은 영화와는 사뭇 다른 모습인데요.
일상적인 상처와 달리, 수술 중에는 생각보다 피가 많이 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금부터 수술실의 숨겨진 이야기와 함께 인체의 신비로운 메커니즘을 파헤쳐 알아볼까요?
우리 몸은 양파(onion) 껍질처럼 층층이 겹쳐진 구조로 되어있다는 사실은 이미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피부(skin), 지방층(fat layer), 근육층(muscle layer) 등 각 층마다 혈관의 분포가 다릅니다.
피부 바로 아래에는 모세혈관(capillary vessel) 이 촘촘하게 퍼져 있지만, 몸 속 깊숙이 들어갈수록 혈관의 굵기가 굵어지고, 특정 위치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는 마치 도시의 도로망(road network) 과 비슷한데요.
좁은 골목길 같은 모세혈관부터, 굵은 간선도로와 같은 동맥과 정맥까지, 체계적으로 연결되어 혈액을 운반하는 시스템입니다.
숙련된 외과의사(surgeon) 들은 이러한 인체 해부학적 구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수술 부위에 따라 혈관이 비교적 적은 층을 선택하여 접근하거나, 필요한 경우 혈관을 정밀하게 피해 수술을 진행합니다.
마치 노련한 길잡이(guide) 가 복잡한 미로(maze) 를 헤쳐나가듯, 인체 내부의 혈관 지도를 꿰뚫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손 수술과 같이 비교적 간단한 수술의 경우, 커피 크리머 한 팩(약 45ml)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ml 정도의 아주 적은 양의 혈액만 손실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복부 수술과 같이 더 큰 규모의 수술에서도 출혈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 중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대 의학은 놀라운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단순히 칼로 째고 꿰매는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정밀한 기술과 장비들이 수술실에서 활용되고 있는데요.
전기 소작기 (electrocautery): 미세한 출혈을 잡는 데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도구는 전기 소작기 입니다. 이는 고주파 전류를 이용하여 혈관을 응고시키는 장비인데요. 마치 미용실의 고데기(hair iron) 처럼, 열을 이용하여 혈관을 지져서 출혈을 즉시 멈추게 합니다. 덕분에 작은 혈관에서 발생하는 출혈은 거의 즉각적으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수술 과정에서 피부를 절개할 때, 일반적인 칼날인 메스(scalpel) 를 사용하지만, 피부 아래 지방층이나 근육층으로 깊숙이 들어갈 때는 전기 소작기를 주로 사용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전기 소작기는 절개와 동시에 지혈 효과를 제공하여, 수술 시야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수술 시간을 단축시키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결찰 (ligation) 및 클립 (clip) 사용: 굵은 혈관의 경우에는 전기 소작기만으로는 완벽하게 지혈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실 (suture) 로 묶거나, 작은 클립 (clip) 을 사용하여 혈관을 물리적으로 막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마치 넥타이(necktie) 를 꽉 조여 매듯이, 혈관을 묶어 혈액의 흐름을 차단하거나, 문서 클립(binder clip) 으로 종이를 고정하듯이, 혈관을 클립으로 집어 출혈을 막는 것입니다.
압박 (compression): 수술 부위를 멸균 거즈 (sterile gauze) 로 꾹 눌러 지혈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지혈 방법이지만, 여전히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마치 상처가 났을 때 반창고(bandage) 를 붙이거나 압박 붕대(compression bandage) 를 감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요. 압력을 가하여 혈액 응고를 촉진하고, 혈관 손상 부위를 직접적으로 압박하여 출혈을 멈추게 합니다.
혈관 클램프 (vascular clamp) 및 지혈대 (tourniquet): 수술 중에는 혈관 클램프 라는 의료 기구를 사용하여 특정 혈관을 일시적으로 막아 혈류를 차단하기도 합니다. 이는 마치 수도관 잠금 밸브(valve) 를 잠그듯이, 혈관을 막아 수술 부위로 가는 혈액의 양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특히 팔이나 다리 수술 시에는 지혈대 (tourniquet) 를 사용하여 혈액의 흐름을 완전히 차단하기도 합니다. 지혈대는 팔이나 다리 전체의 혈액 순환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여, 수술 부위를 ‘피가 없는(bloodless)’ 상태로 만들어 줍니다. 덕분에 외과의사는 출혈 걱정 없이 더욱 정밀하고 안전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혈대는 장시간 사용 시 혈액 순환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사용 시간에 제한이 있으며, 수술 중 간호사는 지혈대 사용 시간을 철저히 관리합니다.
지혈제 (hemostat) 및 생체 접착제 (biological glue): 최근에는 젤라틴 (gelatin), 콜라겐 (collagen), 셀룰로오스 (cellulose) 등 다양한 성분으로 만들어진 지혈제와 피브린 실란트 (fibrin sealant) 와 같은 생체 접착제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물질들은 혈액 응고를 촉진하거나, 혈관 손상 부위를 물리적으로 막아 지혈 효과를 높여줍니다. 특히 뼈납 (bone wax) 과 같이 뼈에서 발생하는 출혈을 효과적으로 막아주는 특수한 지혈제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순간 접착제 (superglue) 와 유사한 시아노아크릴레이트 (cyanoacrylate) 성분의 의료용 접착제도 피부 봉합이나 작은 상처 지혈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자가 수혈 기기 (cell saver): 대량 출혈이 예상되는 수술이나, 응급 수술의 경우에는 자가 수혈 기기 (cell saver) 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는 수술 중 환자에게서 흘러나온 혈액을 회수하여, 기계를 통해 적혈구만을 분리, 세척, 농축한 후 다시 환자에게 수혈해주는 장치입니다. 헌혈(blood donation) 된 혈액을 수혈하는 것과는 달리, 자신의 혈액을 재활용하는 방식이므로, 수혈 부작용 (transfusion reaction) 이나 감염 위험 (infection risk) 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수술 중 혈액 손실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장비 (Neptune) 도 개발되어, 수술팀은 환자의 상태를 더욱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의 혈관은 단순히 막힌 길이 아니라, 그물망(net) 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마치 도시의 우회 도로(detour) 와 같은 역할을 하는 혈관들이 존재합니다.
이를 곁순환 (collateral circulation) 이라고 합니다.
만약 수술 중에 작은 혈관이 손상되더라도, 곁순환 덕분에 혈액 공급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속도로가 막히더라도 국도나 지방도를 이용하여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몸에도 비상 혈관 도로망이 갖춰져 있는 셈입니다.
물론, 굵은 혈관이 손상될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외과의사들은 수술 전에 CT (computed tomography), 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 와 같은 첨단 영상 검사를 통해 환자의 혈관 구조를 꼼꼼하게 파악하고 수술 계획을 수립합니다.
마치 내비게이션 (navigation) 을 켜고 운전하듯이, 혈관 지도를 머릿속에 그리고 수술에 임하는 것입니다.
수술의 안전성은 단순히 첨단 장비나 기술만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숙련된 외과의사 의 숙련된 기술과 경험, 그리고 환자를 향한 헌신적인 마음이 있어야 비로소 완벽한 수술이 가능합니다.
수술 전 꼼꼼한 수술 계획 (surgical plan) 수립, 최소 침습 수술을 위한 정교한 수술 기법 (surgical technique), 그리고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풍부한 임상 경험 (clinical experience),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오늘날의 안전한 수술 환경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과거에는 수술 중 출혈을 막는 것이 지금처럼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19세기 후반, 근대 외과의 아버지 중 한 명인 윌리엄 홀스테드 (William Halsted) 는 홀스테드 원칙 (Halsted's Principles) 이라는 7가지 수술 원칙을 제시했는데, 여기에는 “혈관을 자르지 마라”, “만약 잘랐다면 지혈하라”, “수술 중 조직을 부드럽게 다루라” 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원칙들이지만, 당시에는 매우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홀스테드가 평생 심각한 코카인 중독 (cocaine addiction) 을 겪었으며, 오늘날 북미 의대생들이 거치는 레지던트 (residency) 제도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수술 전에는 수술팀 전체가 WHO 수술 안전 체크리스트 (WHO Surgical Safety Checklist) 를 시행하여 수술에 필요한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는지, 환자의 상태는 어떠한지 등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여기에는 예상 혈액 손실량 평가 및 그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포함됩니다.
이처럼 다각적인 안전 장치와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수술 중 대량 출혈의 위험은 현저히 낮출 수 있습니다.
이제 수술 중에 왜 피가 쏟아지지 않는지, 조금은 속 시원하게 이해가 되셨나요?
우리 몸의 놀라운 생명력 (vitality) 과 의료진의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의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수술, 더 이상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과학과 인간의 지혜가 만들어낸 생명 연장의 기회 (opportunity for life extension) 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다음에 더욱 흥미롭고 유익한 이야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더 이상 수술, 두려워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