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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한복판 바다 밑에 깔린 인터넷 케이블이 끊기면 어디인지 어떻게 찾을까

속보] 대서양 해저 케이블 동시 손상, 유럽-북미 인터넷 통신 마비 우려 - 유스연합


대서양 한복판 바다 밑에 깔린 인터넷 케이블이 끊기면 어디인지 어떻게 찾을까

우리가 매일 스마트폰으로 해외 영상을 보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건 바다 깊은 곳에 깔린 거대한 케이블 덕분인데요.

뉴욕과 런던 사이만 해도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해저 케이블(Submarine Cable)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대륙 간의 데이터를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기는데 만약 깊은 바닷속에서 상어가 케이블을 깨물거나 지진으로 인해 줄이 끊어지면 그 넓은 바다 어디가 고장 났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수만 킬로미터나 되는 긴 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다 끌어올려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놀랍게도 엔지니어들은 육지에 가만히 앉아서도 고장 난 지점이 정확히 몇 미터 지점인지 소수점 단위까지 알아낼 수 있는 비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신기한 기술의 핵심은 바로 '시간영역 반사 측정법(Time Domain Reflectometry)'이라고 불리는 원리인데요.

쉽게 말해 케이블 한쪽 끝에서 전기나 빛의 신호를 아주 짧게 쏜 다음 그 신호가 어디선가 부딪혀서 돌아오는 시간을 재는 방식입니다.

마치 깊은 우물 속에 돌을 던지고 나서 바닥에 닿아 '풍덩' 소리가 들릴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해 우물의 깊이를 알아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정상적인 케이블이라면 신호가 끝까지 가야 하지만 중간에 끊어진 부분이 있다면 그곳이 벽처럼 작용해 신호를 반사하게 됩니다.

광케이블의 경우에는 '광 시간영역 반사 측정기(OTDR)'라는 특수 장비를 사용해 빛을 쏘고 돌아오는 메아리를 분석하는데요.

빛의 속도는 이미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신호를 보내고 다시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을 2로 나누면 정확한 사고 지점까지의 거리가 계산되는 원리입니다.

사실 이 기술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거울의 원리와도 무척 닮아 있는데요.

유리창이나 거울에 빛을 비추면 일부가 반사되어 돌아오는 것처럼 광섬유 내부를 흐르던 빛도 단절된 면을 만나면 굴절률의 차이로 인해 강한 반사가 일어나거든요.

엔지니어들은 화면에 표시되는 그래프의 갑작스러운 솟구침을 보고 아 여기가 바로 케이블이 잘린 지점이구나 하고 즉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수천 킬로미터 밖의 심해에서 벌어진 사고라도 오차 범위가 불과 몇 미터 내외일 정도로 정밀하게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한데요.

심지어 케이블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고 살짝 꺾이거나 내부에 물이 들어찬 미세한 결함까지도 신호의 왜곡을 통해 잡아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술이 부족했던 아주 옛날 1800년대에는 해저 케이블의 고장을 어떻게 찾아냈을지 궁금하실 텐데요.

당시에는 빛을 이용한 측정기가 없었지만 전기 저항의 원리를 이용한 '머레이 루프 테스트(Murray Loop Test)'라는 기발한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끊어진 케이블에 전기를 흘려보내면 구리선의 길이에 비례해 저항값이 달라진다는 점을 이용해 위치를 역산해낸 것인데요.

수학적인 계산만으로 거친 파도 밑의 사고 지점을 예측했다는 사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현대의 해저 케이블은 단순히 유리 가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신호를 증폭해주는 '중계기(Repeater)'가 일정 간격마다 설치되어 있어 위치 파악이 더욱 쉬워졌는데요.

각 중계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면서 범위를 좁혀가기 때문에 광활한 대양에서도 사고 지점을 찾는 일이 더 이상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정확한 위치가 파악되면 이제 '해저 케이블 수리선(Cable Repair Ship)'이 출동할 차례인데요.

배가 사고 지점 바로 위에 도착하면 로봇이나 갈고리를 내려 바다 밑바닥에 누워 있는 케이블을 조심스럽게 건져 올립니다.

이때 케이블을 팽팽하게 깔아두지 않고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느슨하게 설치했기 때문에 수천 미터 깊이에서도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한데요.

갑판 위로 올라온 두 끝단을 정교하게 다시 이어붙인 뒤 방수 처리를 하고 다시 바다 밑으로 내려보내면 모든 수리 작업이 마무리됩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의 말을 빌리면 이런 측정 장비들은 거의 '마법의 지팡이' 수준으로 정확하다고 하는데요.

고가의 장비는 억 단위가 넘기도 하지만 아주 저렴한 가정용 공유기조차도 이런 케이블 진단 기능을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된 기술입니다.

결국 우리가 지구 반대편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메아리를 쏘아 올리는 과학자들의 노고 덕분인데요.

상어가 아무리 날카로운 이빨로 케이블을 괴롭혀도 빛의 속도를 계산해내는 지혜가 있는 한 우리의 인터넷 세상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에 웹사이트 로딩이 조금 늦어질 때면 혹시 지금 누군가가 대서양 한복판에서 보이지 않는 빛의 메아리를 쫓고 있는 건 아닐까 상상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겠는데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네트워크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더 치밀하고 정교한 물리 법칙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오늘 설명해 드린 빛의 반사 원리가 해저 케이블의 비밀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복잡해 보이는 첨단 기술도 그 근간에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단순한 물리 법칙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언제 보아도 참 신기하고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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