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deep] 체르노빌 그 후...'SMR' 기후위기 대안될까 ① < Series < Economy < 기사본문 - 월드투데이](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1/406421_212190_4926.jpg)
핵무기나 원자력 사고를 떠올리면 우리는 흔히 수백 년 동안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을 상상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실제 역사를 들여다보면 원자폭탄이 직접 투하된 히로시마(Hiroshima)는 현재 1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는 대도시인 반면 체르노빌(Chernobyl)은 여전히 엄격히 통제되는 구역이라는 점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이 극명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아주 쉽고 직관적인 비유와 과학적 근거를 통해 하나씩 풀어보려고 하는데요.
가장 먼저 우리가 이해해야 할 핵심은 바로 방사성 물질의 '양'과 그 '성격'의 차이입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밀폐된 방 안에서 일어나는 '방귀'와 '오물'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는데요.
원자폭탄은 방 안에서 아주 강력한 방귀를 한 번 뀌고 사라지는 것과 비슷하지만 체르노빌 사고는 방 한구석에 거대한 오물을 그대로 남겨둔 것과 같습니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인 리틀 보이(Little Boy)에 담긴 우라늄은 고작 64kg 정도였는데요.

심지어 그중에서 실제로 핵분열 반응을 일으킨 물질은 겨우 1kg 남짓이었고 나머지는 폭발과 함께 공중으로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반면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는 무려 200톤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우라늄과 핵연료가 쌓여 있었는데요.
사고 당시 이 거대한 양의 방사성 물질이 한꺼번에 타오르며 먼지와 재의 형태로 주변 환경에 아주 끈질기게 달라붙은 것입니다.
폭발이 일어난 '높이' 또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인인데요.
히로시마의 원자폭탄은 지면이 아니라 지상 약 500m 상공에서 터지도록 설계된 '공중 폭발' 방식이었습니다.
폭탄을 공중에서 터뜨리면 충격파가 더 넓게 퍼져 파괴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덕분에 방사성 물질 대부분이 지면의 흙이나 먼지와 섞이지 않고 강력한 열기에 의해 대기 상층부로 솟구쳐 올라가 멀리 퍼져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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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체르노빌은 지면에서 직접적인 폭발이 발생하며 주변의 흙과 잔해들을 모두 '방사능 먼지'로 만들어버렸는데요.
이 무거운 먼지들이 인근 토양에 그대로 가라앉으면서 땅 자체가 방사능을 뿜어내는 거대한 원천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방사능의 '수명'이라고 불리는 반감기 측면에서도 두 사건은 큰 차이를 보이는데요.
원자폭탄 폭발 직후에 생성되는 방사성 물질들은 대체로 반감기가 매우 짧아 며칠 혹은 몇 주 안에 빠르게 안정적인 상태로 변합니다.
히로시마의 경우 폭발 후 불과 24시간 만에 방사능 수치가 80% 이상 감소할 정도로 회복 속도가 빨랐는데요.
하지만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 배출된 세슘(Cesium-137)이나 스트론튬(Strontium-90) 같은 물질들은 반감기가 30년이 넘을 정도로 무척 깁니다.
이런 물질들은 토양에 깊숙이 스며들어 식물과 동물의 체내로 순환하며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위험한 수준의 방사선을 내뿜고 있는 것인데요.
결국 히로시마는 짧고 강렬한 타격을 받은 뒤 자연적인 세척과 시간이 지나며 살 수 있는 땅이 되었지만 체르노빌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는 저주에 걸린 셈입니다.
최근에는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근처에서 참호를 파다가 방사능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 곤혹을 치렀다는 소식도 전해졌는데요.
이는 땅속에 묻혀 있던 방사성 먼지들을 다시 지표면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에 발생한 아주 위험한 행동이었습니다.
이처럼 체르노빌은 방사성 물질의 '근원지'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있어 인위적인 정화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인데요.
그곳에는 코끼리 발(Elephant's Foot)이라 불리는 치명적인 핵연료 덩어리가 거대한 콘크리트 돔 밑에 여전히 숨 쉬고 있습니다.

이 덩어리는 사람이 근처에 가기만 해도 몇 분 안에 목숨을 잃을 정도로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는데요.
히로시마와 달리 체르노빌은 방사능을 생성하는 거대한 기계가 통제 불능 상태로 멈춰 서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우리가 영화나 게임에서 흔히 접하는 '핵전쟁 이후의 황폐한 세계'는 사실 과학적 사실보다는 상상력에 기반한 부분이 많은데요.
실제로 현대의 핵무기들은 과거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설계되어 폭발 후 남는 찌꺼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핵무기가 안전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며 그 폭발 자체의 파괴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는데요.
다만 방사능 오염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원전 사고가 핵폭탄 투하보다 훨씬 더 끔찍하고 장기적인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히로시마가 오늘날 다시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방사성 물질의 물리적 특성과 자연의 자정 작용이 결합된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인간의 실수로 만들어진 체르노빌의 상처가 아물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수천 년이라는 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