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평생 충치로 고생하는 진짜 이유, 치아가 약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점이 하나 있는데요.
우리 몸은 웬만한 상처는 스스로 회복하고 알아서 잘 유지되는데, 왜 유독 치아만큼은 평생 이렇게 많은 관리가 필요한 걸까요?
마치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많은 분들이 단순히 내 치아가 약하게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진짜 원인은 전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사실 우리 치아는 원래 그렇게까지 관리가 많이 필요한 부위가 아니라고 하는데요.
문제는 바로 우리의 '현대적인 식단'입니다.
현직 치과의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거든요.
우리의 유전자가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설탕과 쉽게 발효되는 탄수화물이 치아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아주 흥미로운 일화가 하나 있는데요.
한 치과 관계자가 해외 의료 봉사를 갔다가 아주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그곳 마을 사람들은 평생 치과 치료는커녕 칫솔질조차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상태였거든요.
당연히 치아 상태가 엉망일 거라고 예상했지만, 두껍게 쌓인 치석을 긁어내자 그 아래에 있는 치아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건강했던 것입니다.
물론 잇몸에는 염증이 있고 치아 색이 누렇긴 했지만, 치아의 가장 바깥층인 에나멜(enamel)은 전혀 손상되지 않은 상태였는데요.
이것이 바로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식단이 치아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반대로 고대 이집트(Egypt)에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유골을 치아 상태로 구분할 수 있었다고 하거든요.
당시 귀한 꿀을 즐겨 먹었던 부자들의 치아는 대부분 썩어 있었고, 주로 양파 같은 채소를 먹었던 가난한 사람들의 치아는 아주 건강했던 것입니다.
결국 치아 건강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관리가 아니라 '무엇을 먹느냐'였는데요.
설탕과 가공식품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현대 사회의 식단이 우리 치아를 계속해서 공격하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거든요.
바로 우리의 '수명'이 진화의 속도를 훨씬 앞질러 버렸다는 점입니다.
자연선택의 관점에서 보면, 생물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성공적으로 물려주는 것인데요.
즉, 번식이 가능한 나이까지만 신체가 건강하게 유지되면 그 역할을 다한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에게 치아는 수십 년을 버티면 충분한 부위였거든요.
자녀를 낳고, 그 자녀가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만 음식을 씹을 수 있다면 진화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기대 수명이 80세를 훌쩍 넘기게 되었는데요.
원래 30~40년만 사용하도록 설계된 치아를 두 배 이상 더 오래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무시할 수 없는 '유전적 요인'도 분명히 존재하는데요.
어떤 사람들은 평생 단것을 입에 달고 살아도 충치 하나 없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아무리 열심히 관리해도 계속해서 치과 신세를 져야 합니다.
이것은 사람마다 타고난 침의 성분이나 구강 내 미생물 환경, 즉 '구강 바이옴'이 다르기 때문이거든요.
침이 산성을 중화시키는 능력이 뛰어나거나, 칼슘과 인산염이 풍부해 치아의 재광물화를 돕는 사람들은 확실히 충치에 강한 모습을 보입니다.
평생 양치질을 게을리했는데도 치과에 갔더니 '신이 내린 치아'라는 칭찬을 들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바로 이런 유전적 행운 덕분인 셈인데요.
결국 현대인의 치아 건강은 '식단', '수명', 그리고 '유전'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충치 때문에 고생하는 것은 단순히 치아가 약해서가 아니거든요.
수만 년에 걸쳐 진화해 온 우리 치아가 농업 혁명 이후 급격하게 바뀐 식단과 길어진 수명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칫솔질과 치실 사용 같은 현대적인 구강 관리는 더 이상 귀찮은 습관이 아닌, 변화된 환경에 맞서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