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건강검진 결과는 지극히 정상인데, 예전만큼 기운이 나지 않고 새로운 일에 대한 흥미도 줄어드는 것 같아 고개를 갸웃하게 될 때가 있거든요.
마치 몸과 마음에 보이지 않는 브레이크가 걸린 듯, 20~30대 시절의 넘치던 열정과 모험심은 어디로 갔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이건 비단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 40대에 접어든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인데요.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안에 훨씬 더 복합적인 이유들이 숨어있습니다.
가장 먼저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는데요.
40대가 되면 호르몬 수치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신체적으로 이전과는 다른 상태를 경험하게 됩니다.
젊었을 때는 밤을 새워도 다음 날 거뜬했고, 작은 부상쯤은 며칠이면 씻은 듯이 나았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스케이트를 타다 한 번만 잘못 넘어져도 몇 주간 통증이 가시지 않고, 회복 속도가 눈에 띄게 더디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됩니다.
이처럼 우리 몸의 회복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을 완전히 바꿔놓는데요.
예전에는 새로운 스포츠를 배우는 것이 순수한 즐거움이었다면, 이제는 '혹시 다치면 어떡하지?', '다치면 회사 일은?', '회복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 같은 현실적인 걱정이 앞서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얻을 수 있는 스릴보다는, 부상 없이 안전한 일상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되는 셈입니다.
신체적인 변화와 더불어 심리적인 변화도 크게 작용하는데요.
20대에는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탐색'의 시기였다면, 40대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에게 무엇이 진정한 행복을 주는지 어느 정도 알게 된 시기입니다.
수많은 여행과 새로운 만남을 통해 깨달은 것은, 때로는 엄청난 모험보다 내 집 소파에서 강아지와 함께 피자를 시켜 먹는 시간이 더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거든요.
'혹시나 놓치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FOMO)에 휩쓸려 다니기보다는, 내가 진정으로 아끼는 것들에 집중하며 평온함을 누리는 것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여행은 즐겁지만 그 방식이 달라지는데요.
고생스러운 배낭여행보다는 편안한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고, 먼 나라로 떠나는 모험보다는 차로 몇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것에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모험심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행복을 느끼는 방식이 더 깊고 단단하게 다져진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40대는 인생에서 책임의 무게가 가장 무거워지는 시기인데요.
직장에서는 경력의 정점을 향해 달려가야 하고, 가정에서는 자녀를 돌보고, 또 연로하신 부모님까지 챙겨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는 것이거든요.
금요일 밤 친구가 왕복 4시간 거리의 공연을 보러 가자고 제안했을 때, 20대였다면 망설임 없이 따라나섰겠지만 지금은 다음 날 아침 아이들과 보내야 할 시간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단 하룻밤의 즐거움을 위해 주말 내내 피로에 시달리는 것보다, 에너지를 아껴 가족과 안정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이 되는 것이죠.
결국 40대에 찾아오는 에너지의 변화는 단순히 늙었다는 신호가 아닌데요.
이는 신체적, 심리적, 그리고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생의 한 단계입니다.
세상을 향해 무작정 뻗어 나가던 '탐험'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내면의 정원을 가꾸고 소중한 것들을 지키며 만족을 찾아가는 새로운 지혜를 얻게 되는 시기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