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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장의 사진, 2차 대전의 가장 치열했던 상륙작전을 아시나요?

이 한 장의 사진, 2차 대전의 가장 치열했던 상륙작전을 아시나요?

최근 제 눈길을 사로잡은 한 장의 흑백 사진이 있었는데요.

바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전선을 담은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사진 속 군인들은 이제 막 상륙함에서 내려 해변으로 발을 내딛고 있거든요.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저 멀리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와 포화의 흔적은, 이들이 마주할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암시하고 있네요.

이 사진은 1943년 9월 9일, 이탈리아 남서부 살레르노 해변에서 감행된 연합군의 대규모 상륙작전, 일명 '눈사태 작전(Operation Avalanche)'의 한 장면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2차 대전의 상륙작전 하면 노르망디를 가장 먼저 떠올리실 텐데요.

하지만 이 살레르노 상륙작전은 노르망디의 성공을 위한 초석을 다진, 그러나 그만큼이나 치열하고 중요했던 전투였습니다.

특히 이 작전이 벌어진 시점이 아주 드라마틱했거든요.

바로 이탈리아 정부가 연합군에 항복을 선언한 지 불과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적이 항복했으니 전투도 싱겁게 끝나야 맞지 않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연합군은 살레르노에서 독일군의 상상 이상으로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고, 하마터면 바다로 다시 쓸려나갈 뻔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게 됩니다.

오늘은 이 사진 한 장을 단서 삼아, 이탈리아의 항복이 어떻게 피비린내 나는 전투의 서막이 되었는지, 그리고 '눈사태 작전'이 2차 대전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항복 선언이 불러온 피의 서막, 작전의 배경

이야기는 1943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그해 7월, 연합군은 시칠리아섬에 성공적으로 상륙하는 '허스키 작전'을 통해 이탈리아의 심장부를 압박하기 시작합니다.

이 패배는 이탈리아 내부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결국 무솔리니 정권이 무너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거든요.

이탈리아 국왕은 무솔리니를 실각시키고, 바돌리오 원수를 중심으로 한 새 정부를 구성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9월 8일, 이탈리아는 연합군과의 휴전 협정을 공식 발표하며 기나긴 전쟁에서 발을 빼게 됩니다.

연합군에게 이것은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협이기도 했는데요.

이탈리아가 항복한 빈틈을 이용해 빠르게 이탈리아 반도 전체를 장악해야 했지만, 만약 독일군이 먼저 손을 쓴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독일 입장에선 이탈리아가 연합군에게 넘어가는 순간, 독일 본토의 남쪽 방벽이 그대로 뚫리는 셈이었거든요.

연합군 수뇌부는 이 전략적 공백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립니다.

바로 미 제5군 사령관 마크 클라크 중장이 지휘하는 '눈사태 작전'을 통해 이탈리아 본토의 살레르노 해안에 대규모 병력을 상륙시키는 것이었죠.

최종 목표는 남부의 핵심 항구 도시인 나폴리를 점령하고, 이후 수도 로마로 진격하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불타는 해변, 지옥이 된 상륙작전

1943년 9월 9일 새벽, 연합군의 함포와 항공기가 살레르노 해안을 향해 불을 뿜기 시작했는데요.

곧이어 미 제36보병사단과 영국 제46, 56사단 병력들이 차례로 해안에 발을 디뎠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환영의 인파가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탈리아 군은 대부분 저항을 포기한 상태였지만, 문제는 독일군이었거든요.

그들은 이미 이탈리아의 배신을 예상하고, 해안 방어선을 빈틈없이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견고하게 구축된 기관총 진지와 포병 진지, 심지어 해안 가까이 배치된 독일 기갑부대는 연합군에게 그야말로 '죽음의 덫'이었습니다.

상륙 초반, 병사들은 해변에 채 닿기도 전에 쏟아지는 총탄과 포탄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나갔는데요.

상륙 부대는 한동안 좁은 해안에 고립되어 옴짝달싹할 수 없었고, 병력과 보급품을 내리는 것조차 극도로 어려웠습니다.

독일군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기갑사단을 앞세워 맹렬한 역습을 감행했는데요.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 연합군이 제대로 된 진지를 구축하기 전에 바다로 다시 밀어내는 것이었습니다.

9월 12일부터 14일까지 이어진 독일군의 반격은 너무나도 거셌고, 미군 방어선 일부가 뚫리면서 해안까지 밀리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상륙 부대는 말 그대로 전멸의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이 절망적인 상황을 뒤집은 것은 바로 연합군의 압도적인 해군과 공군력이었는데요.

미 해군의 구축함과 전함들은 거의 해안에 닿을 듯 가까이 접근해, 독일군 진지를 향해 쉴 새 없이 포탄을 퍼부었습니다.

하늘에서는 연합군 전투기들이 독일 기갑부대의 진격을 저지하기 위해 필사적인 폭격을 가했죠.

만약 이 막강한 해상 및 공중 지원이 없었다면, 살레르노의 병사들은 정말로 바다에 수장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10여 일간의 치열한 사투 끝에 연합군은 겨우 해안 교두보를 확보하고 내륙으로 진격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요.

9월 16일, 독일군은 연합군을 바다로 밀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북쪽의 '볼투르노 방어선'으로 질서정연하게 후퇴합니다.

이렇게 '눈사태 작전'은 연합군의 처절하고도 힘겨운 승리로 막을 내립니다.

잊혀진 전선, 그러나 가장 중요했던 발판


살레르노 상륙작전의 성공은 연합군이 처음으로 이탈리아 본토에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엄청난 전략적 의미를 가집니다.

이후 연합군은 계획대로 나폴리를 점령했고, 이를 기점으로 로마를 향한 기나긴 진격을 시작하게 되거든요.

많은 역사학자들은 이탈리아 전선을 동부전선이나 서부전선에 비해 '2차 전선(secondary front)'으로 평가절하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이는 이탈리아 전선의 진짜 중요성을 간과한 평가입니다.

이탈리아에서의 전투는 수많은 정예 독일군 사단들의 발을 이탈리아 반도에 꽁꽁 묶어두는 효과를 낳았거든요.

만약 이 병력들이 다른 전선, 특히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벌어진 서부전선에 투입되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역사는 지금 우리가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릅니다.

즉, 살레르노의 피는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유럽 대륙의 '연약한 하복부'를 찔러 나치 독일을 끊임없이 괴롭혔고, 궁극적으로는 제3제국의 숨통을 끊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입니다.

사진 한 장이 말해주는 것, 거시사와 미시사의 교차점


다시 우리가 처음 봤던 이 한 장의 사진으로 돌아와 볼까요?

이제 이 사진 속 군인들의 표정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지 않으시나요?

이들은 단순히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군인이 아닙니다.

'이탈리아가 항복했다'는 거시적인 뉴스가, '해변에서의 생존'이라는 미시적인 현실과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역사의 증인들입니다.

이들의 굳은 표정 뒤에는 전쟁의 긴장감과 죽음에 대한 공포, 그리고 자신들의 희생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에 대한 무거운 질문이 담겨 있는 듯한데요.

살레르노 상륙작전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전쟁에서의 승리는 결코 서류상의 항복 선언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정치적 결정과 실제 전장에서 벌어지는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거대한 간극이 존재하며,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은 결국 이름 모를 병사들의 피와 땀이라는 것을요.

이 사진은 바로 그 위대하고도 비극적인 진실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살레르노 상륙작전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결국 '눈사태 작전'의 이야기는 단순한 과거의 전투 기록이 아닙니다.

이것은 거대한 목표를 위해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우리 모두의 삶과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거든요.

계획은 언제나 완벽해 보이지만, 현실의 해변에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독일군'이 숨어있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저항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가용한 모든 자원(마치 연합군의 함포처럼)을 동원해 끝내 교두보를 확보하는 끈기와 용기일 텐데요.

살레르노의 병사들이 피로써 열어젖힌 길 위에서, 우리는 오늘날 어떤 가치를 위해 싸우고 또 무엇을 인내하고 있는지 한번쯤 돌아보게 됩니다.

이 치열했던 전투를 기억하는 것은, 단지 과거를 추억하는 것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와 용기를 얻는 과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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