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럽 소식을 보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감지되는데요.
영국, 프랑스, 독일이라는 유럽의 핵심 삼국에서 '극우' 혹은 '이민 반대' 성향의 정당들이 여론조사에서 앞서가고 있다고 하거든요.
이건 단순히 한두 나라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유럽 전체의 정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마치 지진 전에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처럼, 지금의 민심은 새로운 정치 시대로 접어드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유럽이 이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거든요.
2015년 이후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밀려든 대규모 난민 흐름은 도시 인프라와 복지 시스템을 초조하게 만들었습니다.
학교, 병원, 주택 자원이 부족해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치안 문제까지 불거졌죠.
정부는 ‘인도적 책임’과 ‘국민 안전’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오락가락했고, 그 사이 일반 시민들의 피로감은 쌓여만 갔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고, 기존의 중도 성향 정당에 대한 신뢰는 점점 무너졌습니다.
거기에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거든요.
에너지 위기와 물가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서민들의 삶은 점점 팍팍해졌습니다.
임금은 제자리걸음인데 빵 값은 두 배로 뛰고, 전기요금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올랐죠.
이런 상황에서 기성 정치권이 내놓는 해법은 늘 비슷했습니다.
“시간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계획이다” 같은 말로 미루거나, 세금으로 버티자는 식의 대응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러자 사람들은 ‘강력한 리더십’과 ‘확실한 해결책’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그 목소리가 바로 극우 정당으로 향하게 된 것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이 몇 년째 여론조사 1위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 방위 자율성 강화나 연금 개혁을 통해 지지를 끌어내려 했지만,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물가가 치솟고 청년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상태에서, 국민들은 “우리 생활은 나아질 게 하나 없다”는 실의에 빠져 있거든요.
특히 노동자 계층과 지방 소도시 주민들 사이에서 국민연합의 지지 기반은 꾸준히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내세우는 ‘프랑스인 우선’, ‘엄격한 이민 통제’라는 슬로건은, 많은 이들에게 ‘명확한 답’처럼 들리니까요.
이미 202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르펜이 다시 결선투표에 오를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정치적 안정성이 강했다고 평가받았지만, 최근엔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엄청난 지지를 얻고 있는데요.
지역적 격차, 저출산, 산업 쇠퇴 등 구조적 문제가 오래된 동부 주민들은 기성 정당에 대한 실망이 깊습니다.
그런 가운데 AfD는 ‘이민 반대’, ‘EU 회의론’, ‘국가 주권 강화’를 내세우며 표를 모으고 있어요.
흥미로운 건 이제 이들이 단순한 반대 세력이 아니라, 점점 서부 도시까지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젊은 층 중 일부도 “EU가 우리를 통제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고, 이는 단순한 이슈가 아니라 가치관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2025년 총선을 앞두고 AfD가 연립정부 구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은 이미 브렉시트로 EU를 떠났지만, 정치적 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데요.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 이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의 불만은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특히 채널 해협을 통해 들어오는 난민 수송선 문제는 매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고, 정부는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죠.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극우 성향 단체들과 소규모 정당들이 점점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영국은 영국인을 위한 나라”라고 외치며, 기성 정치권의 ‘약한 대응’을 집중 공격하고 있어요.
앞으로 조기 총선이 실현된다면, 이들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재미있는 건 프랑스, 독일, 영국만 그런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탈리아의 지오르지아 메로니는 이미 정권을 잡았고, 핀란드와 네덜란드에서도 우파 정당이 정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즉, 유럽 전체의 정치 감성이 체계적으로 우측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는 단순한 정책 차이를 넘어, ‘국가 정체성’과 ‘문화 보호’를 내세우는 새로운 정치 담론이 자리잡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브뤼셀의 EU 기관들은 이런 흐름을 매우 긴장해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유럽 통합의 핵심 동력이었던 프랑스와 독일이 극우화될 경우, EU 자체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극우 정당이 반드시 정권을 잡아야만 영향을 미친다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현재로서는 프랑스나 독일에서 극우가 단독 집권할 가능성은 아직 낮아 보입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의 선전은 기존 정당들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하게 됩니다.
결국 중도 정당들도 이민 정책을 더 엄격하게 만들거나, 복지 예산을 국적 기준으로 재설계하는 등의 ‘우클릭’을 할 수밖에 없죠.
이렇게 되면 극우가 정권을 못 잡더라도, 그들의 정책이 실제 정부 운영에 스며들게 되는 겁니다.
쉽게 말해, ‘정신은 극우, 몸은 중도’인 정책들이 속속 등장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런 흐름에는 분명한 위험이 따릅니다.
첫째, 사회가 ‘우리와 그들’로 나뉘는 이분법적 구조로 치닫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민자, 소수자, 외국인을 ‘문제의 원인’으로 규정하는 담론은 단기간에 지지를 끌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갈등을 심화시킵니다.
학교나 직장 내에서도 문화적 긴장이 높아지고, 공동체의 응집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둘째, 유럽 통합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독일과 프랑스가 EU의 두 축이라면, 이들이 극우 성향 정권으로 바뀐다면 EU의 의사결정 구조는 크게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동 통화, 자유 이동, 환경 정책 등 기존의 유럽 프로젝트가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아지죠.
심지어 새로운 형태의 ‘탈퇴 움직임’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습니다.
셋째, 국제 무대에서의 입지 약화입니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치열한 지금, 유럽은 ‘제3의 균형추’ 역할을 자처해왔습니다.
하지만 내부가 분열되고 극단화되면, 외교적 판단력도 흐려지고 글로벌 영향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가 바뀔 때, 유럽은 오히려 스스로를 돌아보느라 앞을 못 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죠.
결국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단지 ‘누가 잘 나가느냐’는 질문을 넘어서, 유럽 사회의 깊은 피로와 불안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변화를 원하지만, 기존 정치권이 제시하는 변화는 너무 느리고 모호하게 느껴집니다.
극우 정당은 그 틈을 파고들어 ‘명확함’과 ‘강력함’을 내세우며 지지를 끌어내고 있죠.
이 흐름을 막기보다는, 무엇이 국민들을 이렇게 만든 건지 돌아보는 게 먼저입니다.
경제적 불안, 문화적 혼란, 정치적 무능—이 모든 요소가 쌓여 오늘의 상황을 만들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의 위기는 유럽의 미래를 다시 설계할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지속 가능한 통합, 공정한 복지, 진정성 있는 이민 정책—이 세 가지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다음 세대 유럽의 운명을 결정할 것입니다.